아이슬란드 물가가 비싼 이유

혹시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 중이신가요? 자, 이제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이 글 읽어보세요.


아이슬란드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캐릭터와 전통적인 붉은색 집들, 눈 덮인 산이 배경으로 그려진 일러스트. 하단에 "ICELAND"라는 글자가 크게 표시되어 있다.


첫날부터 맞은 가격표의 폭격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고 일정을 시작한 첫날부터 저는 완전 가격표 공황 상태였어요. 굴포스(Gullfoss) 근처 식당에서 햄버거 하나가 3,490 ISK였어요. 이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8,000원이더라고요. 그날 먹은 점심만 계산해볼게요.


  • 햄버거: 3,490 ISK × 10.9원 = 38,041원
  • 제로콜라: 550 ISK × 10.9원 = 5,995원
  • 점심 식사 총액: 7,280 ISK × 10.9원 = 79,352원
  • 한국 vs 아이슬란드: 27,000원 vs 79,352원 = 약 2.94배 차이

2025년 5월 20일 Gullfoss 패스트푸드점 영수증과 감자튀김 접시. 영수증에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3,490 ISK, 제로콜라 550 ISK 등이 표시되어 있으며 총액은 7,280 ISK이다.


마트도 피해갈 수 없는 가격 충격, 간식만 샀는데 6만원?


마트 가격도 충격적이었어요. Flúðir라는 작은 마을 마트에서 음료랑 간식만 사는데 5,156 ISK, 약 56,000원(5,156 × 10.9 = 56,200원)이 나갔어요.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더 놀라워요.


  • 파워에이드: 395 ISK × 10.9원 = 4,305원 (한 병)
  • 제로콜라: 315 ISK × 10.9원 = 3,433원 (한 병)
  • Mars 초콜릿: 516 ISK × 10.9원 = 5,624원 (한 개)
  • 하리보 젤리: 596 ISK × 10.9원 = 6,496원 (한 봉지)
  • 하루 식비 총액: 12,436 ISK × 10.9원 = 135,552원


한국에서 하루 식비로 4~5만원 쓴다고 치면 거의 3배 가까이 쓴 셈이죠.


2025년 5월 20일 Flúðir 마을의 Krambúðin 마트 영수증. 콜라 5병(299 ISK), 파워에이드 3병(399 ISK), 하리보 젤리 2봉(599 ISK), Mars 초콜릿 2개(519 ISK) 등을 구매한 총액 5,156 ISK가 표시되어 있다.


저녁 식사는 더 큰 충격... 햄버거 두 개에 12만원?


저녁은 The Hill Hotel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햄버거 두 개랑 탄산수 두 개에 11,180 ISK가 나왔어요.


  • 저녁 식사 총액: 11,180 ISK × 10.9원 = 121,862원
  • 한국 vs 아이슬란드: 50,000원 vs 121,862원 = 약 2.44배 차이

호텔 아침 뷔페는 한 명당 3,900 ISK, 약 42,500원(3,900 × 10.9 = 42,510원)이었어요. 한국에서 호텔 조식이 보통 3만원 정도니까 이것도 1.4배 정도 비싼 셈이에요. 아침부터 이렇게 돈을 쓰니 하루 식비가 어마어마해지더라고요.


아이슬란드 The Hill 레스토랑의 메뉴판. 햄버거 4,990 ISK, 양고기 요리 6,290 ISK, 소고기 안심 8,590 ISK 등 다양한 음식 메뉴와 가격이 아이슬란드어와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일주일 후 이상하게 무뎌진 감각


근데 신기한 건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이런 가격에 둔감해졌다는 거예요.


처음엔 계산기 두드리면서 이걸 한국 돈으로 하면 얼마지? 하고 계속 환율 계산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아이슬란드 크로나 자체로 이 정도면 괜찮네 하는 감각이 생겨버렸어요.


1 ISK가 약 10.9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물건 살 때는 그냥 현지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거죠.


예를 들어, 처음에는 햄버거 가격 3,490 ISK를 보고 으악, 38,000원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음, 3천대면 이 동네에선 괜찮은 가격이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마치 화폐 단위가 바뀐 것처럼 돈에 대한 감각도 바껴버렸어요.


아이슬란드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왜 이렇게 비싼지 알아보니 구조적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우선 임금 차이가 커요.


  • 아이슬란드 평균 월급: 868,000 ISK × 10.9원 = 9,461,200원
  • 한국 평균 월급: 약 3,730,000원
  • 임금 차이: 9,461,200원 ÷ 3,730,000원 = 약 2.54배


그리고 섬나라라 거의 모든 물건을 수입하는데 운송비가 엄청나게 들어요. 항공이나 선박으로 들여오니까 그 비용이 가격에 다 반영되는 거죠.


게다가 관광지는 더 비싸요. 관광객 대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니까 현지인들도 관광지 근처에선 뭘 잘 안 먹는다고 해요.


인구가 적은 것도 영향이 있어요. 아이슬란드 인구는 약 37만 명 정도인데 서울 한 구의 인구보다도 적어요. 시장 규모가 작으니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어렵죠. 그만큼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요.


돈이 다르니 가치도 달라요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건 인간의 적응력이 진짜 빠르다는 거예요.


처음엔 이 돈이면 한국에서 얼마나 잘 먹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제 레이캬비크에서 묵고 있는 호텔 근처의 태국식당에서 볶음밥이 3,000 ISK가 안되더라고요. 오! 이 정도면 괜찮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결국 소득, 환율, 그리고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우리가 느끼는 물가를 결정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심리학적으로 이걸 앵커링 효과라고 한대요. 처음 접하는 기준점(앵커)에 영향을 받다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그 기준점이 바뀌는 거죠. 우리 뇌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나 봐요.


아이슬란드 여행 동안 돈 덜 쓰는 방법


실용적인 조언을 조금 드리자면, 아이슬란드 여행할 때는 에어비앤비처럼 주방 있는 숙소를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호텔 조식도 좋지만 저처럼 2주 이상의 장기 체류라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곳이 훨씬 경제적이에요. 마트에서 식재료 사서 간단히 해 먹으면 식비를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현금은 굳이 필요 없어요. 전 지역에서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되니까 Apple Pay만 있어도 충분해요.


그리고 예산은 식비랑 숙박비 합쳐서 일별로 계산하는데 예상보다 1.5~2배는 더 잡으세요. 한 명당 하루에 적어도 15~20만원 이상은 예상하셔야 해요.


아, 물은 사서 마실 필요가 없어요. 아이슬란드 수돗물은 빙하수라 엄청 깨끗해요. 생수가 한 병에 5천원 정도하는데 그 돈도 아낄 수 있죠.


그리고 간식은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라면이나 과자 같은 건 짐이 많이 안 나가니까 챙겨오면 좋아요.


그래도 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슬란드


물가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다면 저는 그래도 한 번쯤 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빙하, 폭포, 온천, 오로라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선 돈 문제가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냥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현지 화폐 감각에 빨리 적응하면 돼요.


예산을 넉넉히 잡고 오면 스트레스 없이 여행할 수 있어요. 물가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