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 중이신가요? 자, 이제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이 글 읽어보세요.
첫날부터 맞은 가격표의 폭격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고 일정을 시작한 첫날부터 저는 완전 가격표 공황 상태였어요. 굴포스(Gullfoss) 근처 식당에서 햄버거 하나가 3,490 ISK였어요. 이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8,000원이더라고요. 그날 먹은 점심만 계산해볼게요.
- 햄버거: 3,490 ISK × 10.9원 = 38,041원
- 제로콜라: 550 ISK × 10.9원 = 5,995원
- 점심 식사 총액: 7,280 ISK × 10.9원 = 79,352원
- 한국 vs 아이슬란드: 27,000원 vs 79,352원 = 약 2.94배 차이
마트도 피해갈 수 없는 가격 충격, 간식만 샀는데 6만원?
마트 가격도 충격적이었어요. Flúðir라는 작은 마을 마트에서 음료랑 간식만 사는데 5,156 ISK, 약 56,000원(5,156 × 10.9 = 56,200원)이 나갔어요.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더 놀라워요.
- 파워에이드: 395 ISK × 10.9원 = 4,305원 (한 병)
- 제로콜라: 315 ISK × 10.9원 = 3,433원 (한 병)
- Mars 초콜릿: 516 ISK × 10.9원 = 5,624원 (한 개)
- 하리보 젤리: 596 ISK × 10.9원 = 6,496원 (한 봉지)
- 하루 식비 총액: 12,436 ISK × 10.9원 = 135,552원
한국에서 하루 식비로 4~5만원 쓴다고 치면 거의 3배 가까이 쓴 셈이죠.
저녁 식사는 더 큰 충격... 햄버거 두 개에 12만원?
저녁은 The Hill Hotel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햄버거 두 개랑 탄산수 두 개에 11,180 ISK가 나왔어요.
- 저녁 식사 총액: 11,180 ISK × 10.9원 = 121,862원
- 한국 vs 아이슬란드: 50,000원 vs 121,862원 = 약 2.44배 차이
호텔 아침 뷔페는 한 명당 3,900 ISK, 약 42,500원(3,900 × 10.9 = 42,510원)이었어요. 한국에서 호텔 조식이 보통 3만원 정도니까 이것도 1.4배 정도 비싼 셈이에요. 아침부터 이렇게 돈을 쓰니 하루 식비가 어마어마해지더라고요.
일주일 후 이상하게 무뎌진 감각
근데 신기한 건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이런 가격에 둔감해졌다는 거예요.
처음엔 계산기 두드리면서 이걸 한국 돈으로 하면 얼마지? 하고 계속 환율 계산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아이슬란드 크로나 자체로 이 정도면 괜찮네 하는 감각이 생겨버렸어요.
1 ISK가 약 10.9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물건 살 때는 그냥 현지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거죠.
예를 들어, 처음에는 햄버거 가격 3,490 ISK를 보고 으악, 38,000원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음, 3천대면 이 동네에선 괜찮은 가격이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마치 화폐 단위가 바뀐 것처럼 돈에 대한 감각도 바껴버렸어요.
아이슬란드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왜 이렇게 비싼지 알아보니 구조적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우선 임금 차이가 커요.
- 아이슬란드 평균 월급: 868,000 ISK × 10.9원 = 9,461,200원
- 한국 평균 월급: 약 3,730,000원
- 임금 차이: 9,461,200원 ÷ 3,730,000원 = 약 2.54배
그리고 섬나라라 거의 모든 물건을 수입하는데 운송비가 엄청나게 들어요. 항공이나 선박으로 들여오니까 그 비용이 가격에 다 반영되는 거죠.
게다가 관광지는 더 비싸요. 관광객 대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니까 현지인들도 관광지 근처에선 뭘 잘 안 먹는다고 해요.
인구가 적은 것도 영향이 있어요. 아이슬란드 인구는 약 37만 명 정도인데 서울 한 구의 인구보다도 적어요. 시장 규모가 작으니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어렵죠. 그만큼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고요.
돈이 다르니 가치도 달라요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건 인간의 적응력이 진짜 빠르다는 거예요.
처음엔 이 돈이면 한국에서 얼마나 잘 먹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제 레이캬비크에서 묵고 있는 호텔 근처의 태국식당에서 볶음밥이 3,000 ISK가 안되더라고요. 오! 이 정도면 괜찮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결국 소득, 환율, 그리고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우리가 느끼는 물가를 결정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심리학적으로 이걸 앵커링 효과라고 한대요. 처음 접하는 기준점(앵커)에 영향을 받다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그 기준점이 바뀌는 거죠. 우리 뇌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나 봐요.
아이슬란드 여행 동안 돈 덜 쓰는 방법
실용적인 조언을 조금 드리자면, 아이슬란드 여행할 때는 에어비앤비처럼 주방 있는 숙소를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호텔 조식도 좋지만 저처럼 2주 이상의 장기 체류라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곳이 훨씬 경제적이에요. 마트에서 식재료 사서 간단히 해 먹으면 식비를 절반 이상 절약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현금은 굳이 필요 없어요. 전 지역에서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되니까 Apple Pay만 있어도 충분해요.
그리고 예산은 식비랑 숙박비 합쳐서 일별로 계산하는데 예상보다 1.5~2배는 더 잡으세요. 한 명당 하루에 적어도 15~20만원 이상은 예상하셔야 해요.
아, 물은 사서 마실 필요가 없어요. 아이슬란드 수돗물은 빙하수라 엄청 깨끗해요. 생수가 한 병에 5천원 정도하는데 그 돈도 아낄 수 있죠.
그리고 간식은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라면이나 과자 같은 건 짐이 많이 안 나가니까 챙겨오면 좋아요.
그래도 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슬란드
물가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다면 저는 그래도 한 번쯤 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빙하, 폭포, 온천, 오로라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선 돈 문제가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냥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현지 화폐 감각에 빨리 적응하면 돼요.
예산을 넉넉히 잡고 오면 스트레스 없이 여행할 수 있어요. 물가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