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큰 소매 투자 플랫폼 Hargreaves Lansdown이 2025년 10월 10일, 고객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렸어요. 비트코인은 자산군이 아니며 내재가치가 없다는 거예요. £170억(약 30조 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 거대 투자사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그리고 이게 암호화폐 시장에 무슨 의미일까요?
타이밍이 묘했던 경고
사실 이 경고가 나온 시점이 꽤 흥미로워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25년 10월 8일, 4년 동안 유지해온 암호화폐 ETN(상장지수채권) 소매 투자 금지를 해제했거든요. 이제 일반 투자자들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N을 살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바로 이틀 후 HL이 이런 강한 경고를 낸 거예요. 규제가 완화됐는데 오히려 더 조심하라고 말하는 셈이에요. 이건 단순한 리스크 고지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아요.
HL의 주장 핵심 세 가지
HL이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서를 보면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해요.
첫째, 비트코인은 자산군이 아니래요. 주식이나 채권처럼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자산이 아니라는 거죠. 성장이나 수익을 위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어요.
둘째, 내재가치가 없대요. 기업 자산이나 수익 흐름처럼 가치를 뒷받침하는 게 없다는 주장이에요. 성과 예측이 불가능하고 다른 대체자산과 달리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봐요.
셋째, 변동성이 너무 크대요. 장기 수익률은 긍정적이었지만 극단적 손실 구간을 여러 번 겪었다고 지적했어요.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위험한 투자라는 거죠.
그런데 ETN은 제공한다?
재미있는 건 HL도 2026년 초부터 암호화폐 ETN 거래를 제공할 계획이래요. 다만 엄격한 조건을 붙였어요. 위험 평가를 통과한 고객만 거래할 수 있고, 투자 금액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10%로 제한할 수 있대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물리적 담보 기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N만 허용해요.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의 합성 관리 ETN과는 다른 거죠.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상품만 다루겠다는 의미예요.
이건 좀 모순적으로 보여요. 비트코인 사지 말라고 하면서 상품은 판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객이 원할 경우 제한적으로 투기 기회를 제공하되, 절대 핵심 투자로 삼지 말라는 메시지예요.
내재가치 논쟁의 본질
내재가치intrinsic value 개념은 사실 경제학에서 꽤 복잡한 주제예요. 전통적으로는 노동가치설이나 생산비용을 기반으로 했어요. 하지만 현대 경제학은 가치가 본질적 속성보다 주관적 평가와 시장 수요로 형성된다고 봐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Carl Menger는 가치가 개인의 주관적 평가에서 나온다고 설명했어요. 물건 자체에 가치가 내재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한다는 거죠. 이 관점에서 보면 내재가치라는 개념 자체가 한계가 있어요.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런 논리로 반박해요. 금도 산업용도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가치는 사회적 합의에서 나와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금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죠. 비트코인도 비슷해요. 2,100만 개로 제한된 희소성, 탈중앙화 네트워크, 암호학적 보안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치 기준이라는 주장이에요.
금융권 의견은 갈려요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에 다른 대형 금융사들은 정반대 입장을 보였어요.
Deutsche Bank는 2025년 10월, 비트코인이 2030년까지 중앙은행의 자산 준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변동성이 점차 낮아지면서 21세기 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금과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보완적 헤지 자산으로 공존할 거라고 봐요.
반면 Elliott Management는 HL과 비슷한 입장이에요. 암호화폐 시장을 거품으로 보고 불가피한 붕괴를 경고했어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호화폐 홍보가 거품을 키웠다고 지적했죠.
BlackRock은 완전히 입장을 바꿨어요. CEO Larry Fink가 과거엔 비판적이었지만 최근엔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만한 정당한 금융 자산이라고 했어요. 2024년 1월 미국 SEC가 승인한 BlackRock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ETF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출시를 기록했어요.
시장 반응은 제한적
그렇다면 HL의 경고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줬을까요? 사실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어요. 경고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121,000선에서 거래됐고 큰 폭락은 없었어요.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초 $126,200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현재는 $111,000~$124,000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죠. 10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위협하면서 주식시장과 함께 하락했지만, 이건 HL 경고와는 무관한 거시경제 요인이에요.
투자자들 사이에선 HL의 경고가 이미 알려진 리스크를 재확인한 정도로 받아들여졌어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거든요. 오히려 규제 완화로 합법적 투자 경로가 열린 게 더 중요한 뉴스였어요.
네트워크 효과와 디지털 희소성
비트코인 가치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네트워크 효과예요. 메트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요.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전체 네트워크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거죠.
2025년 10월 기준, 영국 성인의 12%(약 700만 명)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어요. 2021년 4%에서 3배 증가한 수치예요. 글로벌로 보면 훨씬 많죠. 이런 채택 증가가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고 있어요.
디지털 희소성도 중요해요. 비트코인은 코드로 2,100만 개 발행이 제한돼 있어요. 4년마다 반감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공급이 점점 줄어들죠. 이건 물리적 금 채굴과 달리 프로그래밍으로 보장된 절대적 희소성이에요.
무형자산 시대의 가치 평가
구글 검색 알고리즘이나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을 생각해봐요. 물리적 실체가 없지만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죠. 비트코인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어요.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가 가치 이전과 저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거든요.
전통적 내재가치 개념은 제조업 시대의 산물이에요. 공장, 기계, 재고 같은 유형자산을 중시했죠. 하지만 디지털 시대엔 데이터,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요. 평가 방법도 변화해야 하는 거죠.
엘살바도르는 2021년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했어요.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잠시 따라했다가 철회했지만요. 일부 국가와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채택하면서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요.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상장사들도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죠.
규제 완화의 실제 의미
영국 FCA의 규제 완화는 표면적으로 긍정적이에요. 2021년 1월부터 금지됐던 암호화폐 ETN 소매 판매가 다시 허용됐으니까요. 투자자들은 ISA(개인저축계좌)나 연금 계좌에서 암호화폐 ETN을 세금 우대로 보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시행에는 지연이 있었어요. FCA가 10월 8일 금지를 해제했지만, 상품 승인 절차가 9월 23일에야 시작됐거든요. 실제로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된 건 10월 13일 이후로 예상돼요.
또한 FCA는 여전히 높은 리스크 파생상품인 암호화폐 CFD(차액거래)와 선물 거래는 소매 투자자에게 금지하고 있어요. 변동성과 레버리지, 시장 조작 우려 때문이에요. 규제 완화라고 해도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거죠.
금과의 비교는 여전히 유효
금과 비트코인 비교는 계속되고 있어요. 금 시장은 약 $15~17.5조 규모예요. 비트코인은 약 $2~2.1조로 금의 13% 정도죠. 만약 비트코인이 금 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VanEck의 애널리스트 Matthew Sigel이 예측한 대로 2028년 반감기 무렵 $644,000까지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낙관적 시나리오예요. 금은 수천 년의 역사와 광범위한 사회적 인정을 받았어요. 비트코인은 겨우 16년 됐죠. 장신구나 산업용 수요도 없고요. 순수하게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경쟁해야 해요.
금의 장점은 안정성이에요. 경제 위기 때 안전자산으로 신뢰받죠. 비트코인은 아직 그런 검증을 충분히 받지 못했어요. 2022년 인플레이션 위기 때 금은 올랐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떨어졌거든요. 헤지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일관적이지 않아요.
세대 차이와 미래 전망
Deutsche Bank가 지적한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젊은 세대와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점점 비트코인을 선호한다는 거예요. Z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하고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있어요.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더 직관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자산이에요.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금을 더 신뢰하죠. 실물 자산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요. 이런 세대 간 선호도 차이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채택에 영향을 줄 거예요.
기술 발전도 중요한 변수예요.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2차 레이어 솔루션이 비트코인의 거래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개선하고 있어요. 기관 투자자용 커스터디 서비스도 계속 발전하고 있죠. 이런 인프라 개선이 주류 채택을 촉진할 수 있어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어요
HL의 경고에도 일리는 있어요. 비트코인 투자에는 여러 리스크가 있거든요.
규제 불확실성이 가장 커요. 각국 정부가 언제든 규제를 강화할 수 있어요. 중국은 2021년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죠. 미국 SEC도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를 기소했고요.
보안 문제도 심각해요. 2025년 상반기에만 암호화폐 서비스에서 $2.17억이 도난당했어요. 연간 $4억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요. 개인키를 잃어버리면 자산을 영원히 잃어요. 중앙화된 거래소 해킹도 계속 발생하고 있죠.
양자컴퓨팅 위협도 있어요. 현재 비트코인의 암호학적 보안이 미래에도 안전할지는 불확실해요.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개인키를 해독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이 있어요.
채굴 중앙화도 문제예요. 중국 금지 이후 미국과 카자흐스탄으로 채굴 파워가 집중됐어요. 소수 채굴풀이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죠. 탈중앙화 원칙에 위배되는 거예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요
HL의 경고는 일방적 비판이라기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에요.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과도한 위험 노출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죠. 금융사로서 고객 보호 책임을 다하는 거예요.
하지만 비트코인을 완전히 무가치하다고 보는 건 과도해요. 시가총액 $2조가 넘는 자산을 단순히 거품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워요. 수백만 명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법정통화로 인정했으며, 대형 기관들도 투자하고 있거든요.
현실적으로는 스펙트럼의 중간 어딘가가 정답일 거예요. 비트코인은 전통적 내재가치 개념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에요. 디지털 희소성과 네트워크 효과, 사회적 합의가 가치를 만들고 있죠.
투자 결정은 개인의 리스크 허용도와 투자 목표에 달려 있어요. HL처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BlackRock처럼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일부 배분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충분히 공부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하는 거예요.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어요. 규제가 정비되고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점점 성숙해지고 있죠. 동시에 변동성과 불확실성도 상당 기간 계속될 거예요. HL의 경고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어요. 균형 잡힌 시각과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조언이나 금융 자문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암호화폐 투자는 높은 위험을 수반하며, 투자 결정 전 반드시 개인적인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본 콘텐츠의 정보로 인한 손실에 대해 저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