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와 엔화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어요. 2025년 10월 현재 달러 대비 엔화는 153엔대까지 약세를 보이며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화 역시 프랑스 정치 불안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요. 이 현상의 핵심은 정치예요. 프랑스와 일본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이 통화가치를 직격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프랑스의 끝없는 정치 불안정
2025년 9월, 프랑스에서는 바이루 총리가 불신임으로 축출되었어요. 취임 9개월 만이었어요. 그 전 총리인 바르니에도 2024년 12월 불신임으로 물러났고요. 마크롱 대통령은 1년 사이 네 번째 총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어요. 10월 초에는 르코르뉘 총리를 재임명했다가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고요.
문제는 재정이에요.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114%에 달해요. 바이루 총리는 440억 유로(약 62조원)의 지출 삭감을 제안했지만 의회는 거부했어요. 긴축 재정을 둘러싼 좌우 야당의 대립이 정부를 무너뜨린 거예요. 극우 국민연합과 좌파 연합이 정반대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불신임에는 손을 잡았어요.
유로화는 이런 정치 불확실성에 직접적으로 반응했어요. 투자자들은 프랑스와 독일 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 확대를 주시하면서 유로존 재정 건전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거든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극좌 정당에서는 대통령 탄핵안까지 발의했어요.
다카이치 효과와 엔화의 추락
2025년 10월 4일, 일본 자민당은 다카이치 사나에를 신임 총재로 선출했어요. 그녀는 10월 중순 총리로 취임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예정이에요.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어요. 주식시장은 환호했지만, 엔화는 급락했거든요.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의 열렬한 지지자예요.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해왔어요. 과거에는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발언하기도 했고요. 시장은 이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후퇴로 받아들였어요.
결과는 즉각적이었어요. 다카이치 당선 직후 닛케이지수는 4.75% 급등하며 47,000선을 처음 돌파했고, 엔화는 달러당 152엔대까지 떨어졌어요. 2개월 만에 150엔 선이 무너진 거예요.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본격화된 거예요. 주식 매수, 엔화 매도가 동시에 일어났어요.
10월 10일 기준 달러 대비 엔화는 153.1565를 기록했는데, 지난 한 달간 4.03%나 약세를 보였어요. 유로 대비로는 사상 최고치인 유로당 175엔대를 찍기도 했어요.
한국 원화가 받는 이중 타격
유로와 엔의 동반 약세는 한국 원화에 직격탄이에요. 특히 엔화는 원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해서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실제로 다카이치 당선 직후 역외 원·달러 환율은 1422원까지 급등했어요. 최근 환율이 1420원대를 돌파한 건 5개월 만의 일이에요.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도 부담이 돼요. 환율 불안정과 집값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한은은 금융 안정에 초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수출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이에요. 원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유로와 엔화가 함께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통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거든요. 한국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더 복잡해진 셈이에요.
정치 불안이 통화에 미치는 메커니즘
정치 불안정이 통화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명확해요. 첫째, 재정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요. 프랑스처럼 정부가 자주 바뀌면 일관된 재정 운용이 어렵거든요. 둘째,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압력이 가해져요. 일본처럼 정부가 금융 완화를 선호하면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어요.
셋째, 투자자 심리가 위축돼요.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이동해요. 이게 바로 지금 유로와 엔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넷째,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돼요. 프랑스-독일 국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유로존 내 신용 불안이 커지는 거예요.
중앙은행의 딜레마
중앙은행들은 정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고려해요. 한국은행도 과거 환율이 급등할 때 보유 외환을 활용해 달러를 매도한 적이 있어요. 직접 개입과 구두 개입을 병행하면서 시장 안정을 꾀하는 거예요.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정치 안정이에요. 프랑스는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일본은 금융 완화와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거든요.
글로벌 환율 시장의 새로운 변수
2025년 하반기 환율 시장은 정치가 핵심 변수가 됐어요. 과거에는 경제지표나 금리 정책이 환율을 좌우했다면, 지금은 프랑스 총리 교체 소식이나 일본 총재 선거 결과가 환율을 뒤흔들고 있거든요.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아요.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도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고 있고요.
유로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에요. 정치 불안이 통화가치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예요. 앞으로도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 상황을 주시해야 할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