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긴축(QT) 종료를 공식화하고 있어요. QT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팔거나 재투자하지 않아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 정책이에요. 이것이 끝난다는 것은 시장에 유동성이 다시 풀린다는 의미예요.
실제로 2025년 9월 17일, 연준은 이미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4.00%~4.25%로 조정했어요. 이는 고용 시장 둔화에 대응하고 경제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이에요.
이론대로라면, 이렇게 유동성이 늘어나면 가상자산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해야 해요. 하지만 2025년 10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QT 종료 신호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반등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요.
과거에도 QT 종료 직후에는 시장이 흔들렸어요
역사적으로 QT 종료가 곧바로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QT 종료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대중이 매수에 나섰다가, 실제 종료 이후 초기 3개월 동안 주식 시장이 -5% 수준의 조정을 겪는 경향을 보였어요.
2020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달러가 반등하며 시장이 주춤했던 사례와 비슷해요. 유동성 문제는 시장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기도 해요.
2019년 9월에는 단기 자금 시장에서 레포 금리가 하루 만에 2%대에서 10%까지 폭등하는 경색이 발생했어요. 이 사태로 인해 연준이 QT를 조기에 종료하기도 했어요. 이는 유동성이 예상치 못하게 부족해지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줘요.
경기 침체라는 더 큰 공포가 시장을 누르고 있어요
현재 시장은 QT 종료라는 호재보다 경기 침체라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QT를 멈추는 이유 자체가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에요.
2018년 4분기 S&P500 지수가 급락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워요. 당시 미국 경기 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자 시장이 무너졌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유동성이 풀려도 기업 실적이 둔화하거나 경제 지표가 계속 나쁘게 나오면 투자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해요.
골드만삭스 같은 주요 금융기관들은 2025년 9월 금리 인하에 이어, 10월과 12월에도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어요.
골드만삭스는 2025년 금리 정책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어요. 긍정적 시나리오는 연준이 2~3회 추가 금리 인하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경제가 연착륙하는 경우예요.
반면 부정적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어 금리 인하가 중단되거나, 경제가 경착륙에 진입하는 경우예요. 이 경우 주가가 상당 폭의 조정을 겪을 수 있어요. 현재 시장은 이 부정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요.
유동성은 왜 다른 변수보다 중요할까요
거시경제에는 금리, 환율, 성장률 등 많은 변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동성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유동성은 단순히 돈의 양이 아니라, 경제 내에서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예요. 이 돈의 흐름이 기업의 투자, 가계의 소비 심리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늘리면(유동성 확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사정이 나아져요. 또, 이자율이 하락하면서 기업은 투자 부담을 덜고 가계는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면 그 자체로 투자와 소비 심리가 개선되기도 해요. 글로벌 유동성 확대는 실제로 자금을 수여받는 국가의 실질 GDP를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유동성 확대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유동성 함정, 돈이 풀려도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어요
유동성이 풍부해져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자산 시장 과열이에요. 통화 공급이 늘어난 뒤 약 1년 3개월 정도 지나면 원자재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되고, 경제 전반의 물가가 상승해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처럼 유동성이 주택 시장 같은 특정 자산으로 몰리면 가격이 과열되고 부실화될 위험이 커져요. 가계 대출 연체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통화 유동성(39.3%)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지금 가상자산 시장이 부진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어요. QT 종료로 유동성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 갈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지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고 있어요. 심리가 위축되면 유동성이 고갈되고,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줄이며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해요. 즉, 돈이 풀려도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는 것이에요.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성장통도 겪고 있어요
거시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내부의 상황도 반등을 더디게 만들고 있어요. 2025년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용자 수는 증가했지만, 거래 규모와 영업 수익은 오히려 감소했어요. 2024년 하반기까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에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가상화폐 3법'은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어요.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을 명확히 했어요. 발행사는 미국 국채나 달러 같은 안전 자산을 1:1로 보유하고 매달 준비금을 공시해야 해요.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실시간 송금과 결제를 가능하게 해요.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네트워크에 통합할 계획이에요.
'클레러티법'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했어요. 이는 SEC와 업계 간의 오랜 분쟁을 해소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없애줘요. 덕분에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졌어요.
이 외에도 소액 암호화폐 거래의 양도차익 신고를 면제하고, 스테이킹이나 마이닝 수익은 실제 처분 시점에 세금을 내도록 하여 납세 부담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많아요. 하지만 법제화 초기 단계의 급등은 과도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와요. 시장은 이 새로운 규제 환경을 받아들이고, 기술적, 법적 위험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해요.